복제인간 아니고 엑스맨
그런 그에게 정보국의 안부장이 날아온다. 퇴직한 기헌에게 맡겨야 할 만큼 비밀스러운 일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하는 일이었다. 그만둔 지 몇 년이 지났기 때문에 기헌은 일을 맡으려 하지 않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이 붙었다. 그래서 기헌은 서복의 한 연구실로 가서 그를 만나고 지정된 위치로 함께 이동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르는 외국인 용병들과 또 다른 사람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 서복은 실험체로 각종 검사를 받아 보호받고 있었다. 외적으로 보면 남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지만 그는 24시간마다 억제제를 맞아야 했고 연구원들에게 교육을 받았지만 그래도 낯선 세계에 대해 백지처럼 무지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이 밖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인가를 컨트롤하고 조절하는 것이었다. 바람을 일으켜 돌을 움직일 뿐만 아니라 서복이 사람의 행동을 억제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사실 여기서 소복이가 복제인간이 아니라 엑스맨에 나오는 캐릭터 같다고 느꼈다. 유전자 속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명칭이 기억나지 않는) 그런 힘을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다지 신빙성은 없었다. 영화여서 그런가 싶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매그니튜드 같은 느낌이 들어 집중이 힘들었다.
어쨌든 기헌은 복제인간인지 엑스맨인지 알 수 없는 서복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던 중 습격을 받는다. 가뜩이나 아파 아픈데 총을 든 덩치 큰 외국인 용병과 맞서기 힘들었다. 그래서 당연히 위기가 오지만 서복의 도움을 받아 (본인이 싫어서) 상황을 모면하고 세상에 나가게 된다. 이 사건 이후 세상을 처음 본 서복은 좀 엉뚱하고 코믹한 장면을 이어갔다.그 과정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한 낯선 존재 서복에 대한 기헌의 경계심이 풀렸고, 서복도 개인적인 욕심으로 자신을 지키려 했던 기헌이 그 이유만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던 냉엄한 분위기가 무너졌다. 쉬푸는 연구실에서만 살며 연구원들로부터 실험체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어머니라고 부른 임세은 박사 외에 서복이를 더없이 부드럽게, 보통 사람처럼 대한연구원은 없었던 게 아닌가. 그래서 서복은 갑자기 나타난 기헌을 경계했을 것이고, 그의 행동이 다른 연구원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가 총구 앞에 서서 자신을 지키려 했을 때부터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의 여정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당연히 등장해야 할 음모와 배신, 악당 등이 속속 드러났지만 그것 역시 초반부터 예상됐던 일이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영생을 쫓던 시황제의 명을 받고 불로불사의 약초를 찾아 떠난 서복 이야기를 모티브로 현대로 변형된 영화는 시황제가 누구인지 밝혀지기 전부터 예상됐다. 한 나라의 황제만큼 현대에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뻔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등장했을 때부터 뒤통수를 맞겠지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인상이 좋지 않았던 캐릭터는 시작하자마자 본색을 드러냈고, 다소 애틋한 분위기를 풍기던 캐릭터에는 역시 그런 이유가 있었다.(직권남용 아닌지) 이렇게 예상대로 흘러간 영화는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여러 영화에서 이미 접했던 논점을 후반부에 펼쳐 보였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의지가 있는 복제인간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인간에게 그렇듯 복제인간에게도 존엄성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복제인간에 대해서는 그런 논점 말고는 특별히 언급할 게 없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흐름이 갑작스러워 잘 울리지 않았다. 쫓기고 총소리를 울리며 싸우고 이제 죽자고 생각했지만 결말은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 같아 썩 좋지 않았다.생각해보면 영화에 별 내용은 없었다. 중반까지 쫓고 쫓기는 비밀이 드러났지만 그 비밀은 진작부터 눈치챈 것으로 결말에는 메시지를 보내려 했던 것 같지만 깊이가 없었다. 처음부터 느꼈던 불안감은 이 영화가 나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스케일이 크다고 광고하는 한국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눈치가 없었는데 도대체 왜 영화관에서 봤나 싶어.
내용은 별로지만 배우들은 열심히 했다. 공유 조우진 박병은 장영남 배우는 뭔가 익숙한 듯 다른 영화에서 한두 번은 연기한 듯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역시 잘해줬다. 타이틀 롤을 맡은 서복 역의 박보검 배우는 역시 이 정도가 아니면 복제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적절한 예를 보여준 듯하다.
이렇다 할 내용은 없고 메시지는 울리지 않고 기억에 남는 것은 엑스맨 같다는 느낌뿐인 영화였다.
또한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 중 좋아하는 작품은 네버렛 미 고와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